특별하지 않은 하루, 하지만 그 안에도 의미가 있다
오늘 하루를 하나의 색으로 표현한다면,
나는 회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채색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의 결들
📌 오늘의 요약
오늘 하루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나는 ‘회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마음속 어딘가 무너져 있는 느낌. 감정은 흐릿했고, 하루는 잔잔하게 흘렀다. 이 글은 그런 회색빛 하루를 솔직하게 풀어낸 감정 에세이입니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색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1. 색으로 하루를 담아보다
사람들은 종종 기분이나 상황을 색으로 표현하곤 한다.
기쁜 날은 노랑이나 하늘색, 우울한 날은 파랑이나 검정처럼 말이다.
나는 이런 표현이 참 섬세하고 시적이라고 느낀다.
단어보다 색이 더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래서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나만의 색을 골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어떤 날은 따뜻한 크림색처럼 포근했고, 또 어떤 날은 강렬한 빨강처럼 치열했다.
그런데 오늘은, 묘하게 '회색'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을 맴돌았다.
2. 잔잔하지만 흐릿했던 하루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창밖을 보며 일어났을 때, 햇빛은커녕 흐린 구름만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커튼을 걷었지만 방 안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그 순간부터였을까, 오늘 하루는 전체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은 무표정했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조차 내 귀에는 멀게만 들렸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은 마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투명한 유령 같았다.
점심시간에는 회사 근처 카페에 들러 따뜻한 라떼를 마셨다.
평소에는 그 온기가 참 좋았는데, 오늘은 그조차도 특별히 위로가 되지 않았다.
뭔가 부족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울적하고,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그런 날이었다.
3. 회색이라는 감정의 이름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를 '회색'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회색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흰색과 검정이 섞여 만들어진 그 애매한 색은 오늘의 내 감정과 닮아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평온하지도 않은 상태.
바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롭지도 않았다.
어딘가 멍하고, 흐릿하고, 심지어는 조금은 지친 느낌.
회색은 종종 차갑고 감정이 없는 색으로 여겨지지만, 나는 오히려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는 색 같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존재하는.
내가 오늘 하루를 회색으로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정의 중심이 어딘가 무너져 있었고, 그 공허함을 설명할 단어가 없어 결국 색을 빌리게 되었다.
회색은 그런 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색이었다.
회색의 하루를 지나며
회색은 무채색이지만, 결코 의미 없는 색은 아니다.
때로는 무난하고 단조로운 하루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감정의 큰 파도 없이 흘러간 하루는 다음 날을 위한 숨 고르기일 수도 있다.
오늘 하루를 회색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색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
어쩌면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따뜻한 베이지가 될 수도 있고, 다시 밝은 하늘색으로 물들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지금 내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나는 오늘 하루를 회색으로 정리하고, 내일의 색을 조용히 기다려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이 하루도,
분명 나라는 사람의 색채를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을 테니까.